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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의 주인공 미자 탐구

by 머니 지안 2024. 9. 1.

아름다운 영화 시 포스터

 

미자의 생활

 

강렬하고 자극적인 것을 선호하는 지금의 세상과 다소 어울리지 않는 영화 '시'는 감독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계속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영화에서 전달하는 의미가 잘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영화의 해석은 관객의 배경지식과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윤정희 배우님의 아름다움과 배우들마다 다양한 색깔과 정형화되지 않은 그릇들이 있다는 생각을 강하게 했습니다. 경기도 어느 마을에 여중생의 시체가 떠내려오면서 영화는 시작됩니다. 미자(윤정희)는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고 의사에게 말을 하고 검사를 받게 됩니다. 진료를 마치고 나온 미자는 딸의 죽음에 절규하 한 엄마의 모습을 보게 되고 미자의 머릿속에 궁금증과 안쓰러움이 떠나가지 않습니다. 이것이 영화의 복선이었습니다. 미자는 손자 동욱과 함께 살고 있으며 딸은 이혼하고 부산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살림이 넉넉하지 않은 미자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간병하며 정부지원금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미자는 옷을 이쁘고 화려하게 입었으며 이쁘고 화려하다는 말을 즐깁니다. 미자는 어릴 적 시를 좋아했던 기억이 떠올라 시 강좌를 신청하게 됩니다. 시는 미자의 일상과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 미자의 내면과 잘 어울리는 단어입니다.

 

현실을 감당하는 미자만의 방법

손자 동욱에게 낮에 밥을 차려주며 낮에 병원에서 보았던 모습을 떠올리며 물어봅니다. "너네 학교에서 오늘 다리에서 떨어져 자살 여학생을 알고 있니?" 동욱의 표정과 눈빛에서 동욱이 이 사건과 관련이 되어 있음을 직감합니다. 미자의 내면세계와 일상은 현실에 대한 이중적인 모습이 아름답고 가슴절이게 표현됩니다. 손자 동욱과 친구들은 여학생을 성폭행했으며 500만 원씩 3000만 원을 만들어 합의하자고 어른들은 현실과 타협하며 조율을 하고 있습니다. 미자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맨드라미 꽃을 바라보며 꽃말과 시상을 떠올립니다. 손자가 성폭행을 저질렀다고 하는데 밖에 나가 꽃을 구경하는 미자의 행동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현실을 감당하기 힘들었던 미자는 스스로의 방법으로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입니다. 미자를 연기하는 윤정희 배우님의 절제된 연기와 섬세함 그리고 순수함이 아름답게 표현됩니다. 겉으로 보면 미자는 감정동요가 느껴지지 않는 듯 보이지 미세하고 절제된 연기는 요동치는 감정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죽은 여학생을 위해 미사에 참석하고 사진을 가방에 숨겨서 나오는 미자는 죽은 소녀와 관련된 장소들을 찾아갑니다. 미자가 어떤 방법으로 스스로와 이야기를 했는지 알 수 없지만 그것은 관객의 몫이었습니다. 미자는 그렇게 자신만의 방법으로 용서를 빌고 있었던 것입니다. 미자는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게 되지만 친구처럼 매일 통화하는 딸과 손자 동욱에게는 말하지 않습니다. 딸을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이 미자에게 느껴져 짠하고 연민스러웠습니다. "선생님 어떻게 하면 시를 쓸 수 있나요?" 미자는 시에 대한 생각이 전부인 사람처럼 보입니다. 감당하기 힘든 현실이 무거울수록 미자는 더욱 시가 쓰고 싶어집니다. 미자는 일상을 관찰하고 촉수를 예민하게 세워 세상을 바라보며 순간을 메모하기 시작합니다.

 

용서를 구하는 미자

미자가 간병하는 노인은 어느 날 미자에게 죽기 전에 한 번만 남자로 살고 싶다는 말을 합니다. 나는 사실 이 장면에서 조금 놀라움이 일었습니다. 남자는 너무도 본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성폭행을 한 손자 동욱과 노인의 행동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지만 생각의 결과는 모르겠습니다. 미자는 왜 이 노인의 부탁을 들어주었을까요? 성폭행을 저질렀던 아이들의 부모님은 자식들의 미래를 위하여 얼른 돈으로 합의하고 세상에 조용히 묻혀 없었던 일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500만 원 없어 괴로워하는 미자는 손자 동욱과 자신에게 이중적인 마음을 느꼈을 것입니다. 어른들의 이기적이고 잘못된 시각의 부조리가 또 다른 잘못된 어른들을 만들어 낼 것입니다. 미자는 간병 노인에게 500만 원을 받아내어 합의금으로 지급합니다. 영화의 장면은 중학생이 뛰어내린 다리 위에 미자가 서 있습니다. 미자는 여학생과 같은 아픔을 느끼려고 간병 노인에게 스스로를 허락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미자의 모자가 바람에 날려 강으로 떨어집니다. 소녀가 떠내려 간 것처럼 미자의 모자가 떠내려 갑니다. 미자는 손자 동욱을 목욕시키고 손톱과 발톱을 정성스럽게 깎아주고 난 뒤 동욱과 배드민턴을 칩니다. 이때 시낭송회에서 만난 형사가 찾아옵니다. 다른 형사는 동욱을 태우고 미자는 나무 위에 올라간 배드민턴 공을 찾습니다. 미자의 모습에 가슴이 절여옵니다. 절제된 슬픔이며 슬픔의 무게가 느껴집니다. 시를 사랑하고 꽃을 좋아하는 미자는 시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동욱이를 사랑했고 죽은 여학생을 아파했고 사랑했으며 용서를 구했습니다. '누구나 가슴속에 한 편의 시를 품고 살아갑니다' 미자는 죽은 여학생을 위한 '아그네스의 노래'라는 시를 씁니다. 죽은 여학생의 목소리로 시가 낭독되고 소녀가 웃고 있는 장면으로 영화가 끝이 납니다. 미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